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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12 곤약과 닭똥집


점심때 시킨 잡채밥이 아주 엉망이었다.
잡채가 라면만큼 팅팅 뿔어서..-_-
하여 반도 못 먹고

나름대로 다이어트중..이라고 되뇌이면서
배고픈 상태로 집으로 집으로...
길거리 떡볶이와 튀김 냄새에 잠시 머리가 아찔...
흑흑흑

집에 도착했더니 다들 저녁 먹고 들어온다고
나랑 아빠랑 둘만 남았다.
아빠가 닭똥집 요리 해달라고 하셔서...
오랫만에 또 칼들고 요리했다.

울 엄마한테 제대로 요리를 못 배웠다.
중,고등학교때는 엄마가 손에 물도 못 묻히게 하셨다.
그럴 시간 있으면 공부 더 하라고..-_ㅠ
고3때 매일 계속 아프던 엄마는 고3인 딸 방해될까봐 아파도 참다가
결국 내가 수능을 보고 난 후 겨울방학때 종합병원 응급실로 들어가셨다.
얼마나 아프셨을까..얼마나 괴로우셨을까...
아빠랑 나랑..둘이 번갈아 엄마 옆을 지키며 병원에서 밤을 샜다.
고등학생이었던 동생도 주말엔 나와 함께 병원에서 엄마를 지켰다.
그날은 아빠가 밤샘하고 돌아오시는 날.
집에 밥이 없길래 아빠 피곤하신데 굶으실까봐서
나는..아빠 드시게 밥을 해 놓고 가야지..하면서 밥을 했다.
쌀통에서 3인분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이상하게 쌀이 적게 나오는것이다.
하여 어? 이게 고장났나? 하면서
쌀통을 툭툭치면서 3인분을 한번?누번?;; 또 눌렀다.
그래도 양이 적은 듯 하다.
아무튼 어디서 들은대로 쌀을 두세번 깨끗하게 씻어내고
손등 정도 물을 맞춰서 쌀을 앉히고 취사를 눌렀다.
그리고 나는 병원으로 아빠는 집으로..교대를 했다.
내가 정성스레 지은 밥 아빠가 잘 드셨을까?
...
나중에 엄마 퇴원하고 온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던날..
아빠가..
민경이 너 나중에 시집가서 그렇게 밥 지으면 소박맞는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셨다.
그날 내가 지은 밥은
쌀알이 뿔어서 뿔어서~~ 아빠가 밥통 뚜껑을 여는 순간
더 이상 삐져나올 공간이 없어 꽉꽉 뿔어 들어있는 익다가 만 쌀알들..
-_-
그렇다.
3인분..그 정량의 쌀을 적다고 판단하고
바보같이 6인분? 9인분의 쌀을 넣고 밥을 한것이다.
언제 밥을 해 봤어야 말이지...
언제 엄마를 도와드려 봤어야 말이지...
아무튼 그날 나는 쌀알이 밥이되면서 엄청 많이 불어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알 수 있었고
내가 처음으로 지은 되다만 밥알을은
엄마 손을 거쳐 식혜로 다시 태어났다.

헉...
이 얘기를 하려던게 아닌데..
아무튼 그러고 충격을 받은 나는
요리관련 잡지나 책을 더 많이 봤고..
(그 전에도 하지는 않으면서 예쁜 요리사진때문에 요리책을 즐겨봤다.
아무래도 시집 못갈까봐서 더 열심히 봤나보다..ㅋ)
고3 겨울방학때는 엄마 요리도 거들면서 엄마한테 몇가지 배웠다.
아빠가 좋아하시는 제육볶음이랑 닭똥집요리를 자연스레 먼저 배우게 되었고
지금 기억으로는 엄마한테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배운요리가
그 두가지인듯 싶다.
그 다음엔 배울 기회가 없었으니까...

아빠는 내가 해드린 제육볶음이랑 닭똥집요리를 좋아하신다.
어제는 내가 요새 다이어트 한답시고 냉장고 한 칸을 곤약으로 가득 채워놔서
실곤약을 곁들여서 요리했다.
그냥 데쳐내서 닭똥집이랑 같이 한 접시에 드렸더니
아빠가 맛있게 드셨다.
너무 맛있어서 소주생각 나신다고
내가 그리도 싫어하는 소주를 또 드셨다.
아빠 옆에서 나도 곤약면이랑 닭똥집으로 저녁 해결..
R U Hungry?/Cook+Recipe l 2006. 7. 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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