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 돌아가셔서 엄마 통장 정리하러 왔는데요."
"네. 고객님. 죄송하지만 비밀번호를 알고계시나요?"
"자주 쓰시던 것 알고있는 번호가 있는데..."
"네. 눌러주세요"
"...."
"아니라고 나오는데요"
"그럼 확인 좀 해주세요."(아빠)
서류들을 내민다.
"비밀번호는 3116번 이셨고, 정상 해지 되셨습니다."

!!!
'3116'이라고??
.
.
.
"엄마. 이 통장은 뭐야? 또 적금통장 만들어?"
"민경이 수경이 대학가고 대학원 가고 하려면 엄마가 열심히 모아야지"
"히히"
"엄마아빠 결혼 기념일이 3월11일이고, 약혼한 날이 6월11일이니까
 3116로 만들거야. 안까먹겠지? 민경이도 잘 기억해놔."
"응.엄마!"
.
.
.
바보같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는데...
"고객님 신용카드 있으세요?"
엄마가 돌아가셔서 죽은 엄마 통장을 정리하러 온 딸에게
자기 실적 올리자고 신용카드를 권하는 직원한테 맘이 더 상해서
돌아와서 펑펑울었다.

그리고 몇해가 흘러 바로 어제...
몸이 너무 안좋아 하루종일 침대에서 일어나지를 못하면서
계속 엄마 꿈을 꿨다.
뒤척이다 깨고 다시 잠들면 그녀가 보이고 또 깨고...

오늘 아침에야 어제가 어떤 날이었는지 알고 또 뒤늦은 후회를 했다.

엄마 미안.
아빠는 어제 또 술을 많이드셨다.
우리들의 잔소리에도 술을 못 줄이신다.
아빠도 알고 계셨을까?
알고 계셨겠지?
그래야 그게 엄마에 대한 사랑이고 예의잖아.
요새 엄마 빈자리가 너무 커서 많이 힘들어.
내가 그 큰자리 메우기엔 너무 모자란 점이 많아서
그래서 속상해.
항상 지켜보고 있을텐데 정말 미안해 엄마.
사랭해.
카테고리 없음 l 2007. 3. 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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