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나두 피아노 사줘."
"민경이 시험 잘 보면 엄마가 사줄게."
"정말?"

여덟살때, 옆집 은별이 언니네서 피아노 소리가 들릴때마다
엄마한테 떼를썼다.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다닌 피아노 학원...
바이엘부터 시작해서 체르니로 막 들어설 무렵.
옆집 언니 피아노가 너무 샘이나서 피아노 노래를 불렀다.

초등학교 처음 들어가서 본 시험.
생전 처음 보는 시험에도 피아노를 생각하며...
그 어린나이에 어쩌면 그렇게 차분했는지...
다른 아이들보다 뒤쳐지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엄마앞에
백점자리 시험지를 보여드렸다.

첫해 일학년 네번의 시험중에 나는 세번이나 전과목 백점을 맞았고
엄마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셨고 내 피아노가 생겼다.
어찌나 행복하던지...
피아노를 고르러 다니던 피아노 매장에서 이곡 저곡 외워서 치며 좋아하던 나.
피아노가 들어오던 날 엄마한테 혼나면서 밤 늦은 시간까지 피아노를 뚱땅거리고
엄마아빠가 좋아하는 곡들을 연주하며 모두함께 노래를 부르던 행복한 기억.
엄마가 사준 예쁜 드레스에 리본을 달고 피아노연주회에서 상도 받고
그렇게 나는 초등학교 6학년가지 체르니40번까지 마치며 피아노를 쳤다.

조명이 어두운 거실에서 밤에까지 피아노를 쳣던 우리 자매는
내가 열살 되던 해 같은날 칠판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안경을 썼고
엄마가 신경을 못써서 어두운 곳에서 빽빽한 콩나물 보고 피아노 치느라
두 딸 눈 나빠졌다고 ...둘이 같이 안경을 쓰고 안경원을 나오던날
엄마는 밤새...
속상해 눈물을 훔치셨다...

점점 늘어나는 공부때문에 나는 피아노 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한 곡을 다 외워서 완벽하게 치기 전까지는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일이 없었던
매정하고 무서운 피아노 학원 선생님때문에
나와 내 동생은 결국 울면서 엄마한테 선생님때문에 피아노학원 다니기 싫다고 고집을 부렸다.

질려서 가지 않게된 피아노 학원.
그 후로 나는 꽤 오랬동안 나는 피아노 뚜껑을 열어보지도 않았고
그렇게 고등학교 입시준비하며 시간이 흘렀다.
고등학교 3학년 공부하느라 바빴던 시절... 음악시간 실기평가.
각자 자신이 다룰 줄 아는 악기로 연주를 하란다.
다룰줄 아는 악기가 피아노밖에 없던 나는
선생님께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시험 전날 야간자율학습을 빠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몇년동안 거실 한 구석에서 내 손길을 바라며 서 있던 피아노를 참으로 오랫만에 두드렸고
몇년을 안쳐 손이 많이 굳어 시험이 걱정된다는 말에 엄마는 지금도 잘친다고 격려를 해 주셨다.
나는 그 다음날 그럭저럭 연주를 끝내고 점수를 받았다.

그리곤 대학입시에 바빴던 것 같다.
대학합격 후엔 대학생활을 즐기느라, 또다시 공부하느라...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 정든집을 떠나 이사를 할때
어느덧 내의 피아노는 우리가족 모두에게 더이상 악기가 아니라 옮기기 힘든 짐이었고
이사와서도 나는...나는... 피아노 한번 제대로 쳐 보지 않고
피아노 위에 안보는 책이랑 옷가지를 쌓아놓기 바빴고
이사와서 내 방에 있던 피아노를 방이 좁다는 이유로 다시 거실로 내몰았다.

...
치지도 않는 피아노 자리만 차지하고 걸리적거려 아빠가 없애신단다.
말씀은 그리하셔도 나는 아빠마음 다 안다.
내가 피아노 치면 얼마나 기분좋게 노래를 불러주셨는데...
...
내 피아노가 없어진대...
그런데 난...뭐라 말을 못한다.
머릿속엔 내 피아노..우리 엄마..욕심많던 내 어린시절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데
차마 입을 열수가 없었다.

내가 버리는거야..내가.
그렇게 나한테 소중한 피아노를 내가 열어보지도 않고 거들떠보지 않아서
그래서 버리는거야...

엄마가 나 사준 피아노니까 버리지 마세요..라 말 할수가 없다.
나는 이렇게 내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 엄마의 사랑이 담긴 피아노를 보낸다.
엄마 따뜻한 마음과 내 어린시절 그 열정만 가슴에 담고
내 피아노는 쿨하게 보내줘야겠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엄마 생각이 나서 좋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 수 있고
또 누군가에세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짐이될 수 있으니까...

어짜피 열어보지도 않았잖아...

왜?
근데 가슴이 아파?
바보
...


나는 오늘 잠을 못 잘것 같다...
Happy Days! l 2006. 9. 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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